Interview with:
Hye-Jin Ris Kim

1. 간단히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HJRK를 운영하는 김혜진입니다. 

2. 스튜디오 겸 집 소개해주세요.
저는 처음에 집 서재에서 혼자 1인 기업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서 1인 사무실을 할 때에 집과 일이 분리가 안 되고 일의 시작과 끝의 경계가 없었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러다 직원이 생기고 사업 규모도 조금씩 커지면서 사무실을 마련하다보니, 집과 일의 경계가 있는 게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고, 아이가 커가며 몇 년 후부터는 제 손길이 더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다시 집과 일의 경계가 없는 처음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오게 됐죠. 아무래도 층이 나누어져 있어 일과 가족 간 어느 정도의 분리가 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주택이 맞을거라 생각하게 됐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여기는 지하-1층-2층의 총 3개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1층은 특히 일과 삶이 융합되는 업무공간이에요. 직원들과 주방, 리빙룸, 다이닝룸을 공유하고 있어요. 2층은 저희 가족의 프라이빗한 공간입니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이 있는데, 막으면 방음도 용이하고 분리가 더 잘 되겠지만, 계단실의 개방감과 디자인이 좋아서 막지 않았어요. 저는 이 계단실이 집에서가장 마음에 듭니다. 


3. CV라는 새로운 브랜드 론칭하셨는데, 소개해주세요.
'Collection Voyageuse', 줄여서 CV라고 부르는 브랜드입니다. 여행은 누구나 가장 크게 영감을 얻게 되는 기회잖아요. 다채로운 여행지의 색감과 텍스쳐를 담는 리빙 아이템 컬렉션이에요. 저희 스튜디오는 패브릭을 워낙 좋아하고, 또 다양하게 쓰는 특징이 있어요. 설계에 이어 스타일링까지 맡아서 하는 것을 프로젝트의 끝으로 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실내 공간과 어울리는 가구나 소품을 찾게 되는데 취향에 딱 맞는 걸 찾기가 쉽지 않아서 쿠션을 필두로 여러 아이템을 직접 만들게 됐어요. 그런 목적이 있기도 했지만 설계와 또 다른 영역에서 창의성을 낼 수 있어서 좋아요.

4. 엄마로서의 혜진님도 궁금합니다. 혜진님은 어떤 엄마인가요? 아이 소개도 해주세요.
친구 같은 엄마, 또 직업인으로서 선배 같은 엄마인 것 같아요. 딸 옆에 엄마로서 있을 때도 있지만, 일을 할 때는 또 바쁘게 일을 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사는 엄마. 여러 역할을 맡아 사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아요. 딸 아이는 매우 활동적이고 톰보이 같은 성격에 사랑 표현이 매우 풍부한 6살 (만4살)입니다. 지금 제일 예쁠 때예요. 엄마를 필요로 하는 나이인 것 같아요.


5. 아이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습을 sns 통해 자주 접하였어요. 회사를 운영하며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밸런스를 맞춰가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밸런스는 저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가장 어렵기도 한 것 같아요. 그 점에 있어 제가 멘토라 생각하는 지인분께 조언을 구한 적이 있는데, 항상 하시는 말씀이 '어디에 있든 그 물리적인 공간에서 최선을 다하라'였어요.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아이에게 충실하고, 일하는 공간에서는 온전히 일에 몰입하는 것. 이 원칙을 따름으로써 효율적인 시간 및 멘탈 관리로 일과 육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엄마에게 '효율'만큼 중요한 것은 없거든요. 그래서 '지금 여기에 집중하자'라는 단순함을 저의 모토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6.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엄마가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아이가 알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또,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지주성'과 '독립성'에 초점을 맞춰요. 아침에 일어나 혼자 이를 닦는 것부터, 아이가 성장해서 스스로의 삶을 찾는 데에 필요한 단단한 근육을 갖는 거에요. 

또 하나는  '팀웍'이에요. 저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해요. 가족은 가장 가까운 '팀'인 만큼, 서로 지쳐 있을 때 끌어올려주고, 모두가 팀의 행복과 성장에 여러 방식으로 기여하는 법을 배우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7. 아이와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저도 액티브한 걸 좋아해서 야외 활동이나 몸으로 많이 놀아주는 편이에요. 아니면 그림 그리기 같은 창작적인 활동도 좋아해요.

8.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은 모두 각자만의 고민이 있을거에요. 워킹맘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엄마의 '자아실현'이 중요하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요. 자아실현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취미활동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일일 수도 있는데 엄마만의 삶, 컬러가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의 보호자 역할만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보여주면 또 아이는 그걸 통해서 세상을 알아가는 것 같기도 해요. 제 아이는 일하는 환경에 같이 노출되어 있다 보니 은연중에 엄마가 뭘 하는 사람인지를 인지하는 것 같아요. 출근을 하시는 분들은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도 많이 해주고, 기회가 있다면 일하는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9. 아이방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아이방 소개도 해주세요.
제일 중요했던 점은 컬러가 있는 방이었으면 좋겠다는 점이었어요. 제가 컬러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이 방만큼은 좀 더 자유롭게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의 거의 모든 부분을 채울 컬러를 생각하다 보니 많이 고민하긴 했어요. 딸의 가장 좋아하는 색인 '빨강'을 중심으로피치 핑크를 떠올리게 됐어요.

컬러 이외에 또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재미'였어요. 작은 방이지만 구획을 두어, 그 안에서 더 작은 여러 공간이 존재하기를 바랐어요. 어릴 적 살던, 또는 다니던 공간에 대한 기억이 다들 있잖아요. 그 기억들이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다채로운 공간적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10. 아이 용품은 주로 어디에서 구입하시나요?
아이 용품을 아이 숍에서만 찾지 않는 것 같아요. 바치는 유행하는 원목 가구의 느낌에서 벗어난, 바치만의 컬러감이 너무 좋았어요.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구매해봤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아이 태명이 적힌 메모리 바스켓을 잘 쓰고 있습니다. 

11. 엄마로서의 혜진님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이에요. 자기최면같이 '잘 하고 있어'라는 말은 그렇게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저는 좀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 

대신에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하자'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지나가는 과정 속에서 스트레스도 받고 힘이 들지만, 그 일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 같아요. 결국은 육아도 일도 그 본질적인 의미와 내가 그것을 하는(또는 선택한) 이유를 항상 떠올리며, 어차피 할거면 '기쁘고 즐겁게' 하자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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